[스카랑 자카르타] 선수촌, 먹고 자는 것부터 ‘전쟁’

[스카랑 자카르타] 선수촌, 먹고 자는 것부터 ‘전쟁’

한재희 기자
입력 2018-08-19 22:28
수정 2018-08-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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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시멘트 가루… 담요엔 보풀 한식 제공 없고 외부 음식도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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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북부의 케마요란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선수촌 숙소의 침대 위에 담요 보풀이 떨어져 있는 모습. 선수들은 군용 모포처럼 생긴 담요에서 보풀이 떨어지는 등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북부의 케마요란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선수촌 숙소의 침대 위에 담요 보풀이 떨어져 있는 모습. 선수들은 군용 모포처럼 생긴 담요에서 보풀이 떨어지는 등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선수촌은 선수들에게 마치 집과 같다. 힘든 훈련이나 경기를 마친 뒤 승부의 치열함을 잊고 잠시나마 편히 쉬는 장소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야 멋진 경기가 나오기 때문에 대회 흥행에 촌각을 곤두세운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촌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선수촌이 집처럼 편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북부의 케마요란에 지어진 7동 규모(1만 600여개 실)의 선수촌을 놓고 한국 선수단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일단 침실이 편하지 않다고 한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침대 곳곳에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있는 데다가 방충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방도 있다. 침대도 길지 않아서 농구나 배구 종목 등의 장신 선수들은 소파를 덧대고 잠을 청해야 한다. 담요는 군용 모포처럼 생긴 것이 제공됐는데 자꾸 보풀이 떨어져 선수들의 호흡기 건강이 우려된다. 이런 사실을 사전에 파악한 체조 대표팀은 한국에서 미리 담요를 준비해 가서 그나마 피해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씻을 때는 따뜻한 물이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해 신경이 쓰일 때가 많다. 반신욕을 할라치면 한바탕 소동을 겪어야 한다. 한 기계체조 선수는 고육지책으로 전기 포트를 두 개 구해다가 물을 덥혔는데 전압이 높아서인지 서너 차례 정전이 발생했다고 한다.

타지라 어느 정도 각오를 했지만 그래도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잘 못 먹는 선수들이 있다. 대부분 동남아 음식 위주이기 때문이다. 김치가 가끔 나오지만 그 외 한식은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올림픽 때는 대한체육회에서 조리사를 따로 파견해 ‘한식 도시락’을 배급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 미리 챙겨 온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려 해도 전자레인지가 없어 못 먹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혹시 배앓이를 할까 봐 함부로 외부 음식도 사 먹지 못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지만 이번 선수촌은 유독 더 불편해 보인다.

글 사진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8-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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