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때린 아이와 껴안으라며 동영상 찍어” 엄마의 악몽

“담임교사, 때린 아이와 껴안으라며 동영상 찍어” 엄마의 악몽

입력 2015-07-12 19:10
수정 2015-07-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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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건 우리 아인데, 왜 쫓기듯 도망가야 하나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평범한 아줌마 박모(46)씨. 지난해 6월과 7월 잇따라 아들 지용(가명·13)이가 동급생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모자의 삶에는 지워질 수 없는 깊은 생채기가 남게 됐다.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학교 폭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기자와 5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한 박씨가 겪은 지난 1년간의 삶을 그녀의 목소리로 재구성했다.


“나는 잔 다르크가 아니다. 대치동의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 학원에나 관심을 쏟는 수준이었다.

지난 1년간 아들 지용이에게 닥친 학교폭력 문제와 싸우면서 나는 그야말로 ‘문제적 엄마’가 됐다. 지용이가 다니던 A초등학교에서 나는 “돈 때문에 아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이상한 엄마”가 됐다. 교장선생님은 내게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쾌활했던 지용의 얼굴이 플라스틱 마네킹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건 1년 전 이맘때였다. 지용이는 6학년이던 지난해 6월과 7월에 각각 친구 B군과 C군으로부터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다. 두 차례의 폭행 사건 이후 지용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억지로 아이를 학교에 밀어넣은 것은 “학교가 아이를 도와줄 거야”라는 엄마의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처참히 깨졌다. 아이에게 담임 교사가 찍은 동영상 이야기를 듣는 순간 까무러칠 뻔했다. 지용이와 가해 학생들을 교실에서 떨어져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담임 교사는 지용이와 가해 학생끼리 교실에서 서로 악수하고 껴안는 모습을 억지로 연출하는 화해의 동영상을 찍게 했다. 폭행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의 진술도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화해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목격한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정색을 표했다.

지용이는 아파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불이 났는데, 엄마는 왜 나를 안 구해줬어”라고 소리치고, “엄마 베란다 블라인드 좀 내려줘. 창문 밖에 수많은 눈들이 째려보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지용이는 병원에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사건 1년 후 지금은…

엄마 박씨는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가해 학생들과의 분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A초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서면 사과’ 조치로 매듭지었다.

가해 학생을 둔 채 지용이만 지난해 8월 인근 B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 간 후 지용이는 박씨에게 “엄마 이제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A초등학교를 대표하는 학부모들이 박씨를 찾아와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기가 막힌 일은 또 일어났다. 지난 3월 지용이는 마주치기도 두려워했던 가해 학생 C군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됐다.

지용이 엄마 박씨는 학교 폭력 1년이 지난 현재도 가해 학생 부모들과 서로 간에 제기된 민사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지난 1년 동안 제가 깨달은 건 학교도, 교사도, 교육청도 우리 아이를 구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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