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입력 2013-04-15 00:00
수정 2013-04-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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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첫 교육수장 서남수 교육부 장관 취임 한 달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대입 정책 방향과 최근 불거진 학생부 조작 논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대입 정책 방향과 최근 불거진 학생부 조작 논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새 정부의 첫 교육 수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서남수(61)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고, 1년 뒤에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 장관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100일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100일 동안에는 교육 현장에 ‘우리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비전인 행복교육에 대한 참여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단계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 수요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 정부의 교육부가 과거와는 다르다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장관 취임 전 강연 등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식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기조도 큰 틀에서는 지난 정부의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해 교육 본질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과 경쟁이라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들과 차별화된다. 특히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이끌어내 꿈의 실현을 돕는 새 정부의 교육 기조는 평소 갖고 있었던 소신과 다르지 않다. 교육관료로서 다듬어 온 철학과 전문성을 충분히 녹여내겠다.

→일선 고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물론 과거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단 한 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단순히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학교교육 정상화다. 이 목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학생부 외에 논술, 대학별고사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을 너무 크게 두는 것이다. 학교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진로교육, 봉사활동, 특기적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아놓은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의 큰 과제다. 학생부가 대학에 쉽게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원칙을 어기고 수정되는 일이 생기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국 대학이 학생부를 믿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학생을 선발하는 데 반영하지 않게 되면 학교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학생부에 담임교사가 기록하는 발달상황이나 의견을 보면 코멘트가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

-실제 교사들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서술식으로 평가하려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하겠다. 이 부분이 제대로 잡혀야 학교교육도 바로 서고, 입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큰 틀이 수시모집은 학생부 중심으로 뽑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의 과거와 현재, 미래 잠재력까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학습 과정, 활동 내역, 진로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충실히 기록으로 남도록 하겠다. 3000여개에 이르는 대입 전형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학들이 학생부를 신뢰하게 되면 다른 요소들의 반영 비율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 결국 학생부를 기초자료로 해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최근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는 양면성이 있다. 기존에 시험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다 보니 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가 심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잘 운영하면 점수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개인의 특성,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성까지 반영해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정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정성이나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굉장히 주의해 가면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러지 못했다.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민해 오는 8월 발표하겠다.

→그때 발표할 새 대입 정책의 큰 틀은 어떤 방향인가.

-이전에는 입학제도의 어느 한 부분을 두고 제도를 신설하거나 고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해당 제도만 놓고 보면 괜찮아도 전체적으로는 다른 제도 이거나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가치에 배치되거나 불합리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적인 교육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새 정부의 창의교육, 행복교육 정책이 쉽게 자리 잡힐 수 있을까.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 주는 창의교육, 행복교육으로 가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은 대입 학벌 중심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창의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기존 인식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현재의 이런 학벌 중심 사회는 재조율돼야 한다.

→지난 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의 경쟁력이 더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일반고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시험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지난 몇십년을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한두 가지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겪은 것처럼 학벌, 스펙 등이 별로 힘쓰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이 되려면 시험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가는 데 모든 교육 정책을 집중하겠다.

→교권 침해, 업무 부담 등으로 교사들도 힘들다. 창의·행복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부터 달라져야 할 텐데.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꿈과 끼도 같이 살려 줘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처우보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여건이다. 예전에는 사회 전체가 교사를 예우해야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등 교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요새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학생·학부모의 폭언, 수업태도 불량 등 문제로 교사들이 실망감과 좌절을 많이 느낀다. 교사들을 더 존경하고 교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면 단순히 수당 몇푼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학발전기획단을 새로 구성해 그 틀 안에서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올해에도 학사관리와 경영실태가 취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기존 대학 구조개혁의 틀과 성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지방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인적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학교교육은 교원 등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돼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기업은 학교교육을 불신해 학생 개인의 직무능력보다 학벌이나 스펙에 의존해 채용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을 대폭 수용해 학교에서의 교육이 곧바로 산업체의 직무로 활용될 수 있다.

대담 박현갑 사회부장

정리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4-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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