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여우 방사지 인근에 수렵장 ‘파문’

토종여우 방사지 인근에 수렵장 ‘파문’

입력 2012-11-02 00:00
수정 2012-11-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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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여우 활동범위와 겹쳐… “생태계 복원한다더니…” 논란

멸종 위기 1급인 한국 토종 여우를 복원하기 위해 경북 영주시 소백산에 국내 첫 토종 여우 한쌍을 풀어놓은 지 10여일 만에 인근 지역에서 순환수렵장이 운영될 예정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영주시는 오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4개월간 시의 17개 읍·면·동 지역에 걸쳐 순환수렵장(면적 263.82㎢)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현재 순환수렵장 운영 사항 등을 고시한 상태다. 시는 이 기간 동안 엽사 870여명에게 멧돼지 최대 900마리, 꿩 1160여 마리에 대한 포획 허가를 내 주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달 31일 토종 여우 한쌍을 방사한 소백산국립공원의 인접 지역이 수렵장에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수렵장이 운영되면 이제 막 자연 적응에 들어간 여우들이 인근에서 엽사들이 쏘아대는 총소리와 화약 냄새에 놀라 큰 혼란을 겪거나 자칫 오인 사격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우들이 방사된 지점과 수렵장과의 거리는 불과 3㎞ 안팎으로, 여우들의 예상 활동 범위 2~3㎞와 겹치거나 가까워서다. 1일 오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무선추적장치를 이용해 여우들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방사 지점으로부터 300여m쯤 떨어진 소백산 계곡에서 잠을 자거나 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여우들이 방사된 소백산 국립공원은 수렵장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수렵장은 여우들의 활동 지역과 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여우를 시험 방사한 곳과 인접한 지역에 수렵장을 개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여우 방사 인근 지역에서의 수렵장 운영 계획을 아예 취소하거나 상당한 거리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철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팀장은 “현재로선 수렵장 예정지와 여우 방사 지점이 최소 3㎞ 이상 떨어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여우들의 행동 범위가 넓어지면 즉시 영주시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야생 동물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12-11-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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