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3대언어’ 현주소
9일이면 한글 반포 565돌을 맞는다.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는 평을 받는 한글 열풍은 동남아에서 유럽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한글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각종 비속어와 줄임말은 일상생활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발의된 한글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 안에서 잠자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발휘해 글짓기를 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한국어가 7742만여명의 세계인이 사용하는 세계 13대 언어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어와 더불어 한글을 배우기 위한 열풍도 거세다. 베트남과 태국 등 한류 열풍이 거센 나라에서는 한국어 교사가 부족한 지경이고, 프랑스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한국어를 제3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 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주로 보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2006년 3만 270명에서 2007년에는 7만 2292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8년에는 14만 2800명으로, 전년의 배 가까이 늘었다. 2009년과 지난해에도 응시자 수가 각각 17만 507명과 14만 9650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어는 정작 국내에서 찬밥 신세다. 영어 공용화 주장이 반복되고, 한글 파괴 현상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최대한 짧게, 간결하게’를 외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무시된다. 한글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점차 흐릿해져 가고 있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 중 63%만이 한글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09년에 조사한 88.1%보다 비해 25.1% 감소한 수치다.
한글의 세계화와 보급에 대한 투자도 인색하다. 지난해 한글의 세계화에 투입된 예산은 약 192억원으로 2005년에 비해 1.45배 느는 데 그쳤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해 한글날 ‘한글의 세계공용문자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 정작 국내에서 홀대받고 있다.”면서 “한글날을 이름뿐인 국경일이 아니라 공휴일로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1-10-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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