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일부만 보고 곡해 안돼” 비주류 의원 등은 “예고된 참사”
새누리당 지도부는 11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수위 높은 ‘민족 비하’, ‘일제 찬양’ 발언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로 문 후보자의 발언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통해 검증될 것”이라며 “일단 지켜보자”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지도부 인사들은 허겁지겁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진상 파악을 하는 단계”라면서 보도 내용에 대해 본인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편집된 일부만 보고 곡해해선 안 된다. 전후 맥락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 지도부도 문 후보자의 보수 성향 짙은 칼럼이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에 대해 호응을 했던 것은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은 ‘연속 낙마’가 여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당직자와 비주류 의원들은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은 외교, 안보는 잘하지만 인사는 죽을 쑤지 않았나”라면서 “박 대통령 인사 참사의 연장선상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나오는 문 후보 발언 영상을 청와대가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을까”라며 “청와대의 검증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문 후보자와 안대희 전 대법관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누가 더 능력 있나”라고 반문한 뒤 “안 전 대법관이 낙마했는데, 어떻게 문 후보자가 통과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공개된 문 후보자의 ‘망언’ 수준 발언에 대해 일단은 수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향해 당장 책임론을 제기하며 선을 긋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당직자는 “문 후보자가 행정 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만약 행정 경험이 많은 사람을 지명했다면 관피아가 어떻게 관피아를 척결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을 것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즉각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4-06-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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