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재판 회부, 안보리 개입 움직임에 ‘체제위기’ 느낀 듯
북한이 최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개입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국제사회가 과거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제재 방안까지 논의하며 이슈화하자 이를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노린 것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대외기구뿐 아니라 각종 언론 매체를 총동원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이슈화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이들 기구와 매체가 내놓은 논평은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관련 움직임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으로 “최근에 와서 더는 용납할 수 없는 극히 무모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조평통은 21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한국 설치 문제와 관련, “체제 대결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 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올해 2월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 위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심지어 북한이 ‘최고존엄’으로 떠받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ICC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8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COI의 북한인권보고서를 공식문서로 채택하고 비공식회의를 열어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대북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 책임자들을 제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과거 유엔이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난하고 개선을 촉구한 데 그친 것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행보다.
북한이 인권문제로 ICC에 회부될 경우 대외적 이미지의 결정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안보리 제재까지 강화되면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극도로 심화할 수 있다.
북한 매체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에 대해 연일 “제국주의자들의 내정간섭 책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며 “북한이 ‘인권범죄국가’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강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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