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그림으로 읽는 詩, 동심이 새록새록

입력 2014-10-02 00:00
수정 2014-10-0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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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우리시그림책’ 시리즈 15권 완간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넉 점 반이다.”/“넉 점 반 넉 점 반.”/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중략)/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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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번지는 윤석중의 시 ‘넉 점 반’이 오종종한 얼굴, 깡총한 단발머리가 앙증맞은 소녀를 만났다. 해외 도서전에 나가면 그림만 보고도 해외 출판사 관계자들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우리시그림책’(창비) 시리즈의 세 번째 권 ‘넉 점 반’(그림)이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 스위스, 일본, 중국 등 세계 6개국에 팔렸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첫 권으로 한 우리시그림책 시리즈가 최근 ‘강아지와 염소 새끼’까지 15권으로 11년 만에 완간됐다.

백석, 윤동재, 윤석중, 천정철, 권정생 등 우리말과 삶의 질박한 정서와 동심을 담은 시인들의 동시 7편과 전래 동요 6편, 어린이가 직접 지은 시 2편이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이영경, 김병하, 김용철 등 국내 대표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시인의 고향, 작품의 배경지 등으로 발품을 팔아 취재한 결과를 독창적인 캐릭터, 순박하고 아름다운 색감,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려 낸 기획이다.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이야기를 뒤따라가는 서사와 달리 시는 주관적, 능동적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장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준다. 어린이들이 시의 내면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건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그림 때문에 가능했다”며 기획의 의의를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우리 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역사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풍부한 매개체”라며 “번잡하고 폭력적인 언어, 학습 언어에 갇혀 자라난 어린이들이 평온한 소리와 언어로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10-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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