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 논란으로 민낯 드러난 아베 정권의 이중잣대

언론통제 논란으로 민낯 드러난 아베 정권의 이중잣대

입력 2015-06-30 14:25
수정 2015-06-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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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 중요하다’ 표방…통제 논란 끊이지 않아

일본 집권 자민당 의원 모임 내 문제 발언으로 촉발된 언론통제 논란으로 언론의 자유를 대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이중잣대가 부각하는 양상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집권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 겸 필두(수석) 부간사장이 주도해 만든 의원 모임 ‘문화예술간담회’에서 25일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을 압박하는 방안에 관한 발언이 이어진 것이 최근 사태의 발단이다.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한 의원은 “언론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면 광고 수입을 없애면 된다”며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이 직접 나설 수 없으니 문화인이나 민간인이 게이단렌(經團連, 전경련과 비슷한 단체)에 입김을 넣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이노우에 다카히로(井上貴博) 중의원은 “청년회의소 이사장 시절에 언론을 공격해봤다”며 광고 수입을 얻지 못하게 하거나 방송국의 후원자가 되지 않는 등의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베 정권에서 NHK 경영위원을 지낸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씨는 아베 정권의 기지 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보인 오키나와(沖繩)의 두 언론을 거론하며 “뭉개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도를 넘어선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수위가 높아서 파장이 크게 일고 있으나 아베 정권 하에서 언론 통제 논란이 생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민당은 작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쿄의 주요 방송사에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도하라’,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에 관해 균형있게 보도하라’는 등의 문서를 보내 언론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인 NHK는 물론 민영 방송인 TV 아사히의 간부를 당 회의에 불러 제작 및 방송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프로그램에 관한 경위를 설명하도록 하는 등 오지랖을 넓혔다.

아베 정권에서 임명된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NHK 회장은 취임 첫날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나 미국 뉴욕타임스는 방송 장악, 친정부화 시도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29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을 총리관저에서 면담하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므로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오키나와 주민의 감정에 반하는 발언도 있어서 유감”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여론의 변화를 의식한 어쩔 수 없는 반응으로 추정된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26일 국회에 출석해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이지만 행정부의 책임자로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보고하는 것은 어렵다”며 자민당 총재로서 인사권을 등 실권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당과는 분리된 존재인 것처럼 부각했다.

또 “사적인 공부모임에서는 자유롭고 활달한 논의가 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할 수는 없다”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존중하려는 의지가 부족함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풀이된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로 출국금지 상태에서 기소됐을 때 아베 정권이 보인 반응에 비춰보면 타인과 자신을 대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올 법하다.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국제 상식과 매우 동떨어졌다”, “보도의 자유 및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지율이나 의석수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한 집권당이 자신과 직접 관계없는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방송사 간부를 호출하는 행위나 의원 모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를 길들이는 방법을 논하는 것이 상식이나 언론의 자유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자민당이 중심이 돼 TV나 라디오 방송 내용을 녹화·녹음해 국회 도서관에 보존하는 ‘방송 아카이브’ 구상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며 이는 보도 내용을 사후 검열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30일 새로운 우려를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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