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식품업계 착취 고발 英인권운동가, 11년만에 쫓기듯 출국

태국 식품업계 착취 고발 英인권운동가, 11년만에 쫓기듯 출국

입력 2016-11-07 11:02
수정 2016-11-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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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업체의) 부패한 마피아 시스템에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토록 비이성적이고 복수심이 강한 회사는 드물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전 세계에 값싸고 질 좋은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태국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노동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해온 영국 국적의 인권노동 운동가 앤디 홀이 7일 11년간 활동해온 태국을 떠났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태국 식품업계의 강압적 시간 외 근무와 불법적인 급여 삭감, 여권 압수 및 이동의 자유 제한 등을 고발해온 그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태국에서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나를 괴롭히려는 사람들이 있다. 태국 내 많은 회사를 상대해왔지만, 이토록 비이성적이고 복수심이 강한 회사는 이례적이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홀은 그동안 ‘이주노동자 인권 연대’라는 비정부기구(NGO)를 세우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저개발국가에서 일거리를 찾아 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럽 등 선진국에 값싼 음식재료를 공급해온 태국 내 식품업계의 악명높은 노동착취 상황을 주로 고발했다.

그는 지난 2013년 핀란드 시민단체인 핀와치가 주도한 태국 해산물 및 파인애플 수출 기업의 노동착취 조사를 도왔다.

핀와치는 당시 ‘싼 가격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추럴 프루트가 이웃 미얀마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속에 방치하며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노동착취 폭로로 힘을 받은 일부 노동자들은 업주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법적 소송에 나서는 용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홀은 내추럴 프루트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 발목이 잡혀, 지난 2014년 6월 이후 출국이 금지된 채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다행히 지난 3일 태국 대법원이 내추럴 프루트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면서 그는 법적 분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의 폭로로 유럽 쪽 계약 선을 잃고 생산시설을 폐쇄한 닭 농장주가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경우 다시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해 출국을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홀은 “부패한 마피아 시스템에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법률상 의무를 다한 만큼 이제 잠시 대피해 상황이 나아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닭 농장주가 소송을 제기하면 또다시 여행이 제한된다. 그것이 지금 떠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태국에서는 누구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탓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나에 대한 충분한 지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지금은 아주 불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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