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장관 때와 너무도 다른 대선 후보 힐러리

국무장관 때와 너무도 다른 대선 후보 힐러리

입력 2016-04-15 14:01
수정 2016-04-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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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던 도플갱어 클린턴 장관은 어디 갔나?”

“후보 되면서 경직되고 정떨어지는 스타일로 변해”

“대통령 후보인 클린턴과 국무장관인 클린턴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힐러리 클린턴을 오랫동안 취재했던 블룸버그 통신의 여기자 인디라 라쉬매넌은 14일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그녀는 대통령 후보가 가져야 할 대중을 감전시키는 호소력과 언론 친화력 면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뒤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라쉬매넌은 2009년 국무장관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클린턴은 당시 이화여대 강연에서 한 학생이 “남편이 당신에게 적합한 사람인 것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질문하자 소녀같이 크게 웃으면서 사랑에 대한 즉석 강연을 펼쳤다. 남편을 “가장 좋은 친구”로, 결혼은 “끝없는 대화”로 묘사하면서,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나머지 모든 것들은 배경음악이었을 뿐”이라고 말하자 한국 학생들은 환호했고 갈채를 보냈다고 전했다.

라쉬매넌은 “클린턴이 대선 후보였던 어떤 순간보다도 그때가 인간적이었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잘 드러내 보였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의 한 슬럼가를 방문했을 때는 수천 명의 사람이 그녀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보려고 몇 시간 전부터 몰려들었다고 한다. 라쉬매넌은 그들 가운데 한 커플에게 “왜 미국 국무장관을 보려고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느냐”고 묻자, 오히려 그들은 “그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힘 있는 여성이다.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실제로 클린턴은 국무장관 당시 매력적이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고 라쉬매넌은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클린턴의 모습은 대통령 후보가 된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후보가 된 지금의 클린턴은 “경직돼 있고, 방어적이며, 한마디로 정이 안 가는 스타일이 됐다”면서 “ 힐러리의 도플갱어, 클린턴 장관은 도대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클린턴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영부인이든 상원의원이든 국무장관이든 내가 어떤 직을 가지고 있을 때는 나는 그 일을 잘 수행했고 인기도 있었다”며 “나는 어떤 자리를 얻으려고 노력할 때보다 어떤 자리에 있을 때 일을 훨씬 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녀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라쉬매넌은 “대중에게 표를 호소할 때의 클린턴은 분명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겸양에 익숙한 중서부 감리교도의 품성과 혹독한 비평가로 유명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방어본능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몸에 밴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의 핵심 참모로 일했던 데이비드 액슬로드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의 약점을 연구했다는 그는 “상원의원 선거와 달리 대통령 선거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수준이 다르다”면서 “하지만 클린턴은 매우 조심스러웠고,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라쉬매넌은 지난 2008년 대선 경선 때 클린턴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후보와 비보도를 전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눈 기억은 거의 없고, 당시 캠프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적대적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화이트워터 게이트에서 모니카 르윈스키 성 추문에 이르기까지 공화당과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아야 했던 불행한 과거가 클린턴에게 그런 방어적 태도를 갖게 했던 것 같다고 라쉬매넌은 분석했다.

라쉬매넌은 “이번 경선에서 클린턴은 2008년의 약점을 보완하고, 미국인들이 갈망하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것이 그녀를 지금까지의 경선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주 와이오밍 경선에서 샌더스에게 12%포인트 차로 패한 것은 아직도 클린턴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뉴욕 경선을 앞두고 나온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이 2008년 경선에서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오바마에게 발목이 잡혔던 것처럼 이번에도 샌더스에게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더스는 최근 7연승을 달리며 힐러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뉴욕에서 힐러리가 진다면 그녀의 대세론은 완전히 사그라질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선거분석사이트 ‘허프포스트 폴스터’에 따르면 최근 42개 여론조사의 대선 주자 호감·비호감도 결과를 종합분석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현재 호감도는 평균 40.2%에 그쳤다. 비호감도는 55.0%였다. 힐러리가 과거 국무장관 때와 같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비록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본선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라쉬매넌은 힐러리에게 비판적 기사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애정어린 충고도 보냈다.

“트럼프를 보라. 그와 그의 캠프는 매일 언론의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지지자들을 감전시키고 공화당 경선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승리를 하면 비판적인 보도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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