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정가 “2주내 출마선언…선언형식·장소·메시지 검토중”’첫 여성대통령’ 의제는 양날의 칼…정치귀족 이미지 탈피 모색
8년만의 대권 재도전 선언을 준비 중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출마방식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대세론에 느긋이 편승했다가 오바마 돌풍에 침몰당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악몽 탓이다. ‘달라진 힐러리’를 연출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과 키워드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커 보인다.
5일(현지시간) 더 힐과 폴리티코 등 미국 정치전문 매체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앞으로 2주 이내에 대선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전 전 장관은 이를 위해 뉴욕 브루클린의 한 오피스 빌딩 두개 층을 임대해 선거운동본부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연방선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대선후보 출마자는 선거운동 사무실을 차린 뒤 15일 이내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4월16일 이전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이미 정가의 초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언제’ 출마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출마할 것이냐에 쏠리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동영상’으로 출마선언?
우선적 관심사는 클린턴 전 장관이 어떤 형태로 출사표를 던질 것이냐다. 8년 전인 2007년 1월에는 웹사이트에 짤막한 동영상 메시지를 올려 출마선언을 했고, 이후 공식연설은 두달 뒤인 ‘셀마행진’ 50주년 기념일에 가서야 이뤄졌다. 그만큼 선거유세의 긴장도와 속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거전략가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이번에도 동영상으로 출마선언을 하겠지만, 이후 곧바로 순회유세 이벤트를 이어가면서 초반 세몰이를 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상원의원 신분이었던 2008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야인’(野人)이어서 운신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첫 유세 스타트는 뉴욕 브루클린?
첫 유세장소는 자신이 2001년부터 8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던 뉴욕의 브루클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브루클린보다 보수층이 포진해있는 업스테이트 뉴욕(뉴욕시를 기준으로 삼아 뉴욕주의 북부지역)이 선거전략상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다.
한 선거전략가는 “뉴욕은 클린턴 전 장관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지만, 상원의원 시절의 활약상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략가들은 프라이머리와 본선 때 열쇠를 쥘 만한 뉴햄프셔나 아이오와주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빌 클린턴, 함께 연단에 설까
출마선언 당시 당사자 옆에 누가 서 있는지도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통상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출마선언 때 배우자와 자식을 비롯한 가족들을 옆에 세운다.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포석이다.
이번에도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인 첼시 클린턴, 그리고 지난해 태어난 첫 손녀와 함께 연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워낙 인기가 높은 정치적 거물이라는 점이다. 스포트라이트가 힐러리에게만 집중되지 않은 채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부담스러운 ‘정치귀족’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우려도 있다.
◇’첫 여성대통령’ 의제는 양날의 칼
’첫 여성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은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강점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졌을 때 “가장 높고 깨기 어려운 유리천장을 부수지 못했지만 1천800만 개의 흠집을 냈다”는 명연설로 여성유권자들에게 큰 울림을 낳았다.
그러나 이 같은 ‘브랜드’가 선거공학적으로 반드시 득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성 정체성을 전면에 부각시킬 경우 ‘마담 프레지던트’의 출현에 부정적이거나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 그룹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경선때 이미 한차례 활용했던 ‘낡은 어젠다’여서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치귀족 이미지 탈피 모색
클린턴 전 장관은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까지 거치며 20년 넘게 미국 정치의 ‘귀족’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여기에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가 일반 유권자들과의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에 따라 출마선언을 통해 귀족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색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1월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유권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미국이 뒷걸음질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울먹인 것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본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선거전략가들은 그러나 의도적인 제스처보다도 첫 출마의 변에서 어떻게 인간미와 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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