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기로 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합의해 주목된다. 태평양을 둘러싼 양국 간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이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회담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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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군사 대 군사 신뢰구축 메커니즘(Confidence-Building Mechanisms·CBM)을 구축해 의도치 않은 사건 발생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군사 훈련 계획을 서로에게 알려주고, 양국 전투기와 군함이 마주쳤을 때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행동 방침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이 격화된 동·남중국해에서 미·중이 동시에 군비를 늘리고 군사활동을 강화하면서 양국 간 우발적 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순양함에 중국 군함 한 척이 접근해 충돌할 뻔했으며, 당시 두 선박 사이의 거리는 457m에 불과했다.
양국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전격 합의했다. 중국은 오는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 중국이 특정 시점을 적시하며 감축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대체 에너지원의 비중을 2030년쯤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도 약속했다.
미국도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26∼28%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7% 줄이겠다던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공약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관계의 획기적 사건”이라며 “양국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회피해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11-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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