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무차별 학살극에 충격…묵념의 시간

벨기에 무차별 학살극에 충격…묵념의 시간

입력 2011-12-15 00:00
수정 201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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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부인에게 송금하고 “사랑한다. 잘 살아라” 벨기에 정부, 불법 무기거래와의 ‘전쟁’ 선포

“벨기에가 무차별 학살극의 충격으로 인한 큰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벨기에 시민들은 지난 13일 남동부 리에주 시 번화가에서 30대 남자가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하는 무차별 살상극을 벌인 것에 큰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언론은 사건 속보를 시시각각 보도하면서 ‘묻지마식’ 범행의 끔찍함과 어린아이와 노인을 비롯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간 희생자들의 비극을 전했다.

방송매체들은 지난 7월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테러를 연상케 하는 참극이 벨기에 내에서 일어난 것에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아 겁에 질려 있거나 망연자실해 하는 표정들을 보여 줬다.

시민들은 특히 노르웨이 사건의 경우 극우주의자의 망상적 이념에서 비롯됐으나 이번 참극은 이념이나 테러, 종교적 대결 등과도 관계없이 한 개인이 벌인 비극적 우발사건으로 비춰지자 더 큰 충격을 받고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사건이 일어난 리에주 시는 14일 정오를 묵념의 시간으로 정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벨기에 중앙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국가 애도의 날을 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또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불법무기 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정오 현재까지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125명으로 파악됐다고 리에주 내무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전날 사망자로 발표됐던 75세 할머니가 생존한 것으로 파악돼 사망자 수를 5명에서 4명으로 줄인 것이다.

내무부는 그러나 현재 부상자 중에 이 할머니를 포함해 최소 5명 이상이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밝혀 사망자가 더 늘어나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리에주 사법당국은 범인 노르딘 암라니(33)가 자신의 이마에 총을 쏴 자살한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암라니는 범행 전날 부인에게 얼마 간의 돈을 입금한 뒤 “내 사랑, 사랑한다, 많은 행운을 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로선 암라니가 가석방 조건 위배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두려워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배경은 더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암라니는 대마재배와 거래 불법무기 소지 등으로 지난 2008년 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가석방됐다. 그는 최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으며 범행 당일 오전에 법원에 출두토록 소환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날 오전 10시 집에서 배낭에 수류탄과 자동소총을 넣고 나와 생랑베르 광장까지 걸어가서 오후 12시30분께 참극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암라니의 가석방 결정과 이후 당국의 관리 과정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이후 범인 자택 수색과정에서 무기류는 아무것도 나오지 되지 않았으나 인근 지역의 창고에서 45세의 여성 청소부가 총을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창고는 암라니가 과거에 불법으로 대마초를 재배하고 가공하기 위해 임대했던 것이다.

사망한 청소부는 사건 당일 오전 암라니 이웃집의 청소를 했으며, 암라니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희생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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