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거지방/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거지방/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3-05-16 03:39
수정 2023-05-16 03: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거지방’이 유행이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수십, 수백명의 단체방을 만들어 놓고 서로의 ‘거지됨’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식이다. 공짜 이벤트 등 ‘짠테크’ 정보 공유는 기본이다.

방장은 시시때때로 ‘우거’(우리는 거지입니다)를 복창시킨다. 한 푼도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를 경쟁하고 누가 더 거지인가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이 방을 지배하는 기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각성과 절약이다. 그래서 껌 한 통을 살 때도 다른 회원들의 결재를 구한다. “말로 씹으라”며 승인이 거절되면 좌절한다. 어떤 이는 상사한테 두 시간 동안 깨진 사연을 구구절절 올려 ‘매운 떡볶이’ 재승인을 받아내기도 한다. 한때 씀씀이를 과시하며 ‘플렉스’를 즐기던 이들이 이제는 지출내역을 공유하면서 연대의식을 느낀단다. 취업난과 고물가가 빚어낸 단상일 터.

애환도 놀이로 소비해 내는 발랄함이 부럽기도 하고 거지놀이를 할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2023-05-16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