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7월의 잡초 제거/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7월의 잡초 제거/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7-03 00:00
수정 2014-07-0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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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일구는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7~8월 잡초 제거하는 재미도 끝내준다. 혹시 분노 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유기농 하는 농부네를 찾아서 잡초 뽑기 자원봉사라도 권유하고 싶은 수준이다. 7월의 잡초는 4~5월 잡초와 달리 땅에 깊게 뿌리박는다. 6월 망종 무렵 벼 모내기 철에 내리는 초여름 비를 맞고 자란 잡초이기 때문이다. 가뭄을 뚫고 견딘 끈질긴 잡초이자 생존의 요령도 잘 보여준다. 잡초 중 참비름과 쇠비름 부류는 잡아채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줄기가 뚝뚝 끊어져 뿌리를 보존한다. 그러나 바랭이와 볏과의 잡초들은 깊게 뿌리를 내리면 위아래로, 좌우로 마구 흔들어 흙이 얼굴에 튈 정도까지 흔들어 뽑아야 하는데, 근육통이 생겨 허리를 잘 펴지 못할 때도 있다. 힘을 쓰다가 엉덩방아를 찧기도 한다. 이렇게 진땀을 빼면서 잡초를 뽑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진다. 낫을 쓰지 않고 힘을 쓰는 이유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쌓이는데 정치가 이를 개선해 주지 않으니 주말마다 텃밭의 잡초를 뽑으면서 화를 삭인다. 언제쯤 덤덤해질 것인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7-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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