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잔설(殘雪)/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잔설(殘雪)/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2-18 00:00
수정 2013-02-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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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왜 눈속에 있어?” 엄마 손을 잡은 꼬마가 잔설(殘雪) 더미를 지나며 한마디를 던진다. 상념 속에 지하철을 탔더니 이 녀석이 함께 탔다. 궁금증은 또 있었다. “엄마, 왜 문이 두개가 열려?” “응, 빨리 열리라고···.” 꼬마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이 꼬마에게서 한수 제대로 배웠다.

올겨울, 큰눈이 많이 내렸다. 눈꽃 구경도 실컷 해 겨울다운 겨울을 지냈다. 그런데 최근 날씨가 풀리자 쌓아둔 눈더미가 그 속살을 드러낸다. 하얗던 눈더미를 누렇게 물들인 담배꽁초,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봉지 등 우리의 ‘버려진 양심’들이다. 으슥한 골목 등에는 더 추한 모습이지 않은가.

오늘은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절기인 우수(雨水)다. 때마침 전국에 비 예보가 있다. 비에 씻긴 눈더미 자리에 내밀 ‘겨울 자화상’을 대면할 생각을 하니 영 개운찮다. 환경미화원들은 또 이를 치우느라 얼마나 분주할까. “쓰레기장은 본래 있었는가, 만들어진 것인가?” 조계종 교육부장인 법인 스님의 최근 ‘공’(空) 법문이다. 그는 만들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 즉 연기(緣起)라 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2-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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