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만두소에서 만두속…뜻을 넓혀 가는 ‘속’/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만두소에서 만두속…뜻을 넓혀 가는 ‘속’/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6-12-28 21:42
수정 2016-12-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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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소’라고도 하지만, ‘만두속’이라고 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주위를 보면 ‘만두속’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듣는 상대는 ‘만두소’나, ‘만두속’이나 같은 뜻으로 알아듣는다. ‘소’와 ‘속’을 같은 뜻의 말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표준형은 ‘만두소’지만, ‘만두속’이라고 해도 ‘만두피 안쪽에 있는 것들’이라고 여긴다.

어쩌면 ‘속’이 ‘소’를 대체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속’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의미도 좁지 않은데, 거침없이 의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듯하다. ‘소’가 가지고 있던 의미도 이미 덥석 물어 버렸다. 모든 국어사전이 ‘속’의 풀이에 ‘만두, 송편, 김치 등을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안에 넣는 재료’를 추가해야 할 판이다. 일상의 대중은 벌써 이런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한다. ‘포기김치를 담글 때 배추 잎 사이에 넣는 양념’이란 뜻의 ‘배춧속’은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속’이 ‘소’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걸 반영했다는 뜻이다. ‘소’는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소’가 대부분 다른 말에 붙어 쓰이는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의미도 희미해져 간다. 반면 ‘속’은 홀로도 잘 쓰이고 받침이 있어 소리도 더 세게 들린다.

한데 거슬러 올라가면 ‘소’는 ‘속’에서 분화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 ‘속’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만두 등의 안에 넣는 재료’의 의미만 가진 말 ‘소’가 됐다. ‘속’에서 ‘소’가 된 것인데, ‘소’가 안 쓰이면 ‘소’는 다시 ‘속’으로 들어간 말이 되는 것이겠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12-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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