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대전토피아’에서의 삶/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지방시대] ‘대전토피아’에서의 삶/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입력 2013-01-15 00:00
수정 2013-01-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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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영국 철학자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유토피아’를 서술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에서 시작된 이상국가 사상을 가시화했다.

플라톤이 살던 당시 고대 그리스는 도시인 폴리스가 하나의 국가단위였다. 폴리스의 면적과 인구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약 400㎢ 크기에 인구 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플라톤이 원했던 이상국가의 유형을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모든 자치단체가 시민이 잘사는 도시, 즉 유토피아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면적 및 인구가 일치하는 도시는 없다.

당시 교통망이나 통신망을 오늘날과 비교해 본다면 같은 면적에 100배 이상의 인구가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위해서 통치방법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치가의 역할은 시민들이 필요한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여겼다. 모든 시민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통치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것을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범죄 없는 사회로 표현하고 있다. 폴리스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가 쉬운 산을 중심으로 건설됐다. 신전, 경기장, 아고라, 그리고 야외 음악광장은 필수조건이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우리나라에서 찾는다면, 결론은 대전광역시다. 먼저 인구와 면적에 있어서 플라톤이 말한 이상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대전시는 폴리스에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신전은 곧 종교 활동을 의미한다. 예부터 계룡산은 종교 활동의 성지로 인정받고 있다.

한밭종합경기장을 중심으로 월드컵 축구경기장에 이르기까지 대전에는 운동시설도 충분하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과 야외 음악광장은 물론 주변에 미술관을 비롯해 드넓은 수목원과 하천변까지 갖춰 규모나 환경이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플라톤의 아고라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열린 토론이 가능한 장소를 뜻한다. 대전은 선거결과가 매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시민 토론의 장이 열려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출신지도 다양해 지역색이 없는 소통의 도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의 전국 범죄율 발표에서 대전은 인구 10만명당 2673건으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광역시의 4567건에 견줘 보면 대전이 얼마나 살기 좋고 안전한 도시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전은 플라톤이 주장한 이상국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의 ‘토피아’는 ‘장소’를 뜻하고 ‘유’는 ‘없는’(ou)과 ‘좋은’(eu)이라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즉, ‘없지만 좋은 곳’이 바로 이상국가요 유토피아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대전을 ‘대전토피아’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전에서 살고 있는 필자부터 곧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13-0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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