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조급증 그 결과는?/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조급증 그 결과는?/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1-08-27 00:00
수정 201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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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보면 마치 자동차 경주에 출전, 0.1초라도 먼저 출발하기 위해 전방을 응시하는 레이서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야간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신호위반에, 옆차에 따라오지 말라고 경고하듯 대기 중에도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굉음을 낸다.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는 차량도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늦게 출발했다간 뒤따르는 경적 포탄을 맞기 십상이다.

출발하면 급차선 변경에 끼어들기까지 ‘1등’이라는 가치 없는 만족(?)을 위한 과정치고는 위험천만하다. 그 소란을 떨며 질주한 차량을 다음 신호에서 만나게 되면 나오는 건 코웃음뿐이다.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이 같은 조급증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조급증을 관심과 준비성, 부지런함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병폐가 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고속열차(KTX)의 안전성 논란은 우리 사회, 국민의 조급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코레일과 로템이 차량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게 한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기업이 초기 문제 제기 시 안전에 대한 조급증을 발동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스마트폰 보급 및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구축되고, 국민의 조급증이 더해지면서 작은 고장이나 지연 상황이 가감 없이 노출됐다. 이로 인해 국민 불안감은 커졌고, 한국의 대표상품으로까지 불리던 ‘고속철도’의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위험한(?) 고속철도 이용객은 줄지 않고 있다. ‘300㎞’에 익숙해진 또 다른 조급증이다.

안전은 관심이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 사고 예방을 위한 관심은 당연한 권리다.

차량의 고장 원인이 밝혀졌고 대책이 발표된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철도가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수많은 철도인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한 채 현장을 지키고 있다. 기계는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고, 위험을 감추거나 은폐할 수도 없다.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skpark@seoul.co.kr
2011-08-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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