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걸림돌이던 ‘3자 지정권’ 최대주주 우리은행이 허용키로
채권단 조기매각 위해 태도 선회인수가 등 특혜조항 해결 숙제로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최대 걸림돌인 ‘제3자 지정권’을 허용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이 지정하는 기업이 우선매수청구권(회사 매각 때 제3자에게 회사가 매각되기 전 같은 조건으로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채권단 중 가장 많은 지분(14.15%)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2일 “금호타이어 조기 매각을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 제3자 지정권을 허용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2010년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손에 넘어갔을 때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거래 약정서 때문에 순수 개인 자금으로 인수대금을 조달해야 했다.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빌린 3500억원도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의 숙원 사업인 금호타이어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우리은행 측은 “박 회장이 책임을 지고 우호지분을 확보해 오겠다는데 채권단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금호타이어는 현재 막바지 실사 작업이 한창이다. 채권단은 이달 안에 실사를 마무리 짓고 주주협의회를 열어 7월 중에 매각 공고를 낼 방침이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 지분 42.1%다. 제3자 지정권 허용도 주주협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변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지분율 13.51%)이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제3자 지정권을 허용해 주는 순간 인수 후보군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 잠재 인수자들이 굳이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각 공고 전이지만 채권단은 북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업체에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혜 시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금호산업은 약정서상에 제3자 지정권을 허용한다고 나와 있지만 금호타이어의 경우 약정서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특혜 논란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주가가 1만 5000원 선까지 올라오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제값 받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금호타이어 종가는 8420원이었다. 적정 주가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매각 가격을 놓고도 채권단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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